대문

  • 여름 일기

이해인

사람들은 나이 들면 고운 마음 어진 웃음 잃기 쉬운데

여름 숲에 오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밝아지고

좋아진다

젊은 날의 친구처럼

조잘조잘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소리가

우거진 나무 사이로

은빛 웃음을 튕겨내고

초록빛 바람결에

싱그럽게 실려 오는

꽃향기

가슴 깊이 묻었던

그리움의 향기를

꺼내

바람에 실어 보낸다

여름 숲에 오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

고맙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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